안동문화의 특징은 다양성과 조화로움이 공존한다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어떤 지역보다도 시대, 계층, 종교별 문화가 다양하게 이어져 내려오고 있으며, 이것들이 서로 조화롭게 균형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단적인 예로 전국의 시군 단위에서 문화재를 가장 많이 보유한 곳 중의 하나가 안동이며, 양도 양이지만 그 다양성에서 독보적이다. 문화제가 많기로는 경주를 따라갈 수 없으나 대부분이 불교유적으로, 민속자료나 유교문화와 관련한 자료는 거의 없다. 그리고 안동에는 다른 시군부에는 한두점에 불과한 민속자료가 36점이나 된다. 이런 점에서 안동은 민속학계의 주목을 받게 되었고 안동대학교에는 민속학과가 전국에서 최초로 설치되기도 하였다.
여기에서 우리가 어떤 전통문화를 받아들여 어떻게 오늘의 새로운 문화로 재창조해 나갈 것인가 하는 문제를 맞이하게 된다.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가 왜 그런 것에 관심을 가져야 하냐는 의문이 생길지도 모르나 정체된 역사에서 발전적 역사, 융합의 역사로 나가는 것이야 말로 문화의 진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과거 보다는 미래를 지향하는 문화를 만들어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듯, 고급문화에서 대중문화로, 베타적 문화향유에서 대동문화로 나아가는 것이 역사 발전의 자연스러운 방향이라하겠다.
경주는 한결같이 왕을 중심으로 한 귀족들의 문화와 불교 중심의 승려문화 위주라면 안동은 불교문화, 왕가문화를 비롯한 유교문화, 민중들의 민속문화가 모두 존재한다. 사찰, 석탑, 불상이 대부분인 경주에 반해 안동에는 고택, 서원, 고문서, 동채싸움, 하회별신굿 등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또한 문화재의 질적 내용을 봤을 때, 경주의 문화재들은 대부분 고분에서 출토된 것들이나 사찰과 불상등으로 박제된 채인 반면 안동의 문화재들은 주로 고가옥과 관련된 것들로 그 중에서는 현재에도 실재로 사용되는 것이 적지않다. 게다가 하회별신굿놀이, 차전놀이, 놋다리 밟기 등 매년 행해지는 무형문화재도 6개나 된다. 각종 고문서들은 국사와 철학을 연구하는 중요한 자료가 되고 있다. 문화재의 70퍼센트 이상이 국가나 사찰 소유인 경주와는 달리 안동은 85퍼센트 이상이 지역주민들의 소유로 되어 있다. 전국의 고가옥 가운데 약 70퍼센트가 안동에 분포되어 있어 지역 전체가 건축사 박물관이라 할 수 있을 정도다. 안동에 목조로 만들어진 건축물이 많다는 데에는 또 다른 의미도 있다. 돌이나 금속으로 된 문화재들은 상대적으로 훨씬 보존성이 높기 때문에, 오랫동안 버림받은 상태여도 심지어 화재를 당하는 경우에도 문화재로서의 가치를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나무의 경우 버림받거나 화재를 당하는 경우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것이 대부분이다. 따라서 목조 문화재에 내재하는 지속성에 우리는 주목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점은 수 많은 안동의 고문서와 전적자료에서도 똑같이 찾아진다. 성리학의 본고장답게 많은 학자들이 배출되어 활발하게 저술활동이 있었던 결과이기도 하겠지만, 끊임 없이 문화재를 보존하고 전통을 존중하려는 마음 없이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땅 속에 오랫동안 묻혀 있다가 후에 사람들에게 발견되어 문화재로 보존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안동문화의 가능성은 민중의 삶과 함께하여 끊임 없이 전승되고 있다는 데에서 찾을 수 있다. 그리고 안동문화의 건강함은 각 시대별 문화가 복잡하면서도 균형적으로 쌓여 왔다는 데 있다. 여기서 우리는 내일의 독창적인 문화를 만들어나갈 것을 전제로 하여 전통문화에 주목하고 있다. 그러려면 편향되지 않는 다양한 문화에 두루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여기에서 다양함이란 통시적인 면과 공시적인 면을 포괄하는 다양함이어야 한다. 그리고 안동의 전통문화를 연구하는 데 있어 또 하나 확실히 해야할 것은, 지역문화를 이해하는데서 그치지않고 우리 민족 전체의 문화 양상을 포착하고 그와의 상호 관계성 까지도 파악해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지역 문화에 대한 이해가 문화사 전체에 대한 이해로 연결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