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의 지역문화를 한 마디로 표현하는 것은 너무나도 어려운 일이다. 다양한 문화가 얽히고 섥혀 있기 떄문이다. 양반문화가 두드러지는가 하면 민속문화도 풍부하며, 유교문화가 드센가 하면 불교와 기독교문화도 그에 못지 않다. 따라서 한 국면만을 중심으로 안동문화를 규정하는 것은 아주 피상적인 것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지역문화의 특성을 잘 드러내는 것 중 하나가 말이다. 지역마다 풍광이나 날씨와 같은 자연환경의 차이도 느껴지겠지만 문화적 차이는 말씨에서 먼저 드러나는 것 같다. 안동의 말은 특이하다고 할 수 있을 만큼 별나다. 제주도 방언 만큼이나 특이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안동 사투리로서 가장 특별한 것은 '했니껴?', '봤니껴?'로 대표되는 의문문이다. 서울말로는 '니까?'에 해당하는 이 말은 전국 어느 말과 비교해 봐도 독특한 형태이다. '했니더', '봤니더'로 대표되는 평서문도 평범하지 않다. '하소', '보소'의 형태로 명령문이 만들어지는데 합쇼체가 없는 것도 특이하다고 할 수 있다. 줄임말도 많은 축에 속하는데 아주 경제적인 언어생활을 하고 있는 것이다.
지역문화의 특성을 잘 드러내는 것에는 음식도 있다. 지역마다 전통적으로 먹는 음식이 다 달라 외국에 가서 현지 음식을 먹느라 고생하는 적지 않다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안동 음식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음식이 짜고 맵기만 하고 맛은 썩 좋지 않다는 불평을 종종 한다. 그래서 안동 사람들은 외지로부터의 손님에게 음식 대접을 해야 할 때 적잖이 신경이 쓰인다. 온통 산지여서 물산이 부족한 데, 접빈객 문화가 발달하여 손님 대접은 또 잘 해야만 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음식을 오래 보관할 수 있게, 또 반찬을 절약할 수 있게 하기 위한 지혜가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먹을 것이 넉넉하지 않은 지역에서는 일반적으로 맛을 끌어올리는 기술이 발전하지 않는다. 우선 배를 채우는 것이 급하기 때문이다. 넓은 들과 풍부한 물산을 가진 호남지역의 음식맛이 좋은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안동에는 헛제사밥이 유명하다. 비빔밥은 원래 여러 사람들이나누어 먹기에 좋은 형식으로 주로 들에서 참을 먹을 때 좋은 방법이다. 하지만 똑같은 원리로 제삿날이나 잔칫날에도 비빔밥을 손님들에게 대접했던 것이라고도 생각할 수 있다. 헛제사밥은 전주비빔밥과는 다르게 고춧가루를 사용하지 않는다. 모처럼 쌀밥을 먹을 수 있게 실제로 제사를 지내지 않더라도 제사 때 먹는 비빔밥과 차림을 그대로 갖추어 먹던 문화가 발전한 것이다. 또 다른 안동만의 특별한 음식으로는 안동식혜가 있다. 시중에서 유통되는 식혜와는 전혀 다른 음식이기 때문에 굳이 안동식혜라고 한다. 둘 다 주로 후식으로 먹힌다는 공통점이 있으나 색과 향이 모두 판이하게 다르다. 밥알과 당근, 무 등이 많아서 숟가락으로 떠먹는 발효음료인데, 벌건 고춧가루 물에 밥알이 둥둥 떠있어 식용이 당기는 비주얼은 아니다. 맛도 상당히 별난데, 고춧가루와 생각이 많이 들어 있어 맵고 톡톡 쏜다. 하지만 익숙해지면 소화도 도울 뿐만 아니라 입안을 개운하게 해준다. 그러므로 잔치에서는 이 안동식혜가 빠지지 않는 것이다.
전국적으로 알려진 안동의 민속문화로는 하회별신굿놀이, 차전놀이, 놋다리밟기, 성주풀이 등이 있다. 하회별신굿놀이는 대학가에서 젊은 지식층에 의해 사랑받기 시작해서 현재는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의 전신이 된 민속놀이이다. 여기에 쓰이는 하회탈은 국보 121호로 지정될 정도로 그 예술적 가치가 인정되고 있으며, 축제 형식의 대동굿놀이는 고대부터 이어오던 국중대회의 맥을 이어주고 있다. 성주풀이는 성주굿을 하던 무당들이 하던 노래와 춤사위를 어우르는 민속문화이다. 성주풀이의 서두에는 '성주의 근본이 어드메냐/ 경상도 안동땅 제비원이 본일레라'라는 대목이 있는데, 황해도부터 제주도까지 한결같으므로 안동이 성주신앙의 본산임을 확실하게 알 수 있다. 차전놀이와 놋다리밟기는 매년 같은 시기에 행해졌던 세시풍속이다. 차전놀이는 남성이 전승주체가 되고 놋다리밟기는 여성이 전승주체가 되어 대립을 보이나, 민중적 삶의 역동성을 유감없이 보여주는 대동놀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