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사람이라고 다 양반은 아니지만, 안동은 양반고장의 아이콘 역할을 해왔다. 안동사람이라고 하면 과도하게 양반대접을 한다거나 한옥집에서 사느냐는 질문을 하는 것 등은 드문 일이 아니다. 양반 기질이 있으니 겸손하지 않을 것으로 종종 오해받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안동이라는 이름은 양반의 이미지를 가지는 훌륭한 브랜드가 되어, 소주, 식혜, 간고등어, 국수, 찜닭 등의 지역 생산품을 전국적으로 유명하게 만들기도 하고있다. 값싼 술 소주는 안동이라는 이름을 얻어서 귀한 명주가 되고, 흔한 생선인 고등어는 안동간고등어로 전국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것이다. 과거 신분사회에서는 양반이 특권을 누리고, 물건을 파는사람들은 천대를 받았었는데, 현대 자본주의사회에서는 양반들이 앞다투어 돈 되는 상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상황이다. 언뜻 이해가 잘 가지 않는 현상이기는 하나 안동은 신통하게도 지금 그렇게 변하고 있다.
유교문화가 강성한 이유로 안동 사람들이 양반으로 대접을 받고 있는 것이라면, 안동에서 나는 물건들이 고급 상품으로 통용되는 이유 중의 하나는 문화재가 많다는 것이 아닐까 한다. 흔히 경주가 압도적으로 많은 문화재를 보유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시군이 통합되기 전까지는 안동이 가장 많은 문화재를 가지고 있었으며 시군이 통합된 현재로 경주 못지 않게 많은 문화재를 가지고 있다. 이런 편견이 생길 수 있는 이유는 우선 안동에는 시골지역에 문화재가 고루 분포되어 있기 때문이다. 고분과 석탑 들이 시가지에 모여 있는 경주와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마을들이 뿔뿔이 흩어져 있기 때문에 공을 들여 조사해 봐야 안동의 문화를 알아볼 수 있다. 그리고 안동의 문화재는 대부분 민가와 관련된 것들로 쉽게 눈에 띄지 않는다는 것이 또 다른 이유이다. 경주의 문화재는 큰 고분이거나 석탑이고 아니면 화려한 금관 같은 것들이므로 저절로 시선이 끌리는데 반해, 안동의 문화재는 고택 안의 문서나 책 등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실생활에 쓰이고 있는 것이므로 언뜻 문화재로 보이지도 않을 정도인 것이다. 세 번째로는 무형문화재가 많은 것을 들 수 있다. 하회별신굿 탈놀이나 차전놀이와 같은 무형문화재는 실재로 행해질 때만 볼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쉽게 만나기 어려운 것이다.
안동에는 안동문화연구회, 안동문화지킴이와 같은 지역의 전통문화를 조사하고 연구하는 조직들이 있는가 하면, 경북문화산업연구소, 안동축제관광조직위원회처럼 전통 안동문화를 오늘의 문화로 새롭게 창조하고 산업화하는 조직들도 있다. 전통문화를 보존하려는 노력과 현대적으로 재창조하려는 노력이 병존하고 있는 것인데, 그 핵심적인 활동이 바로 국제탈춤페스티벌이다. 안동의 가장 성공적인 문화산업인 국제탈춤페스티벌은 하회마을에서 전승되는 탈놀이를 바탕으로 탈춤축제를 기획한 것이다. 2001년부터 몇 번이나 전국 최우수축제로 선정되었다. 지역문화의 전통과 문화적 특수성을 잘 살린 결과이다. 안동문화지킴이는 1999년 부터 지역의 문화재 관리활동을 하고 있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안동시민이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규모가 가장 큰 문화조직이다. 매달 한 번씩 문화재가 있는 곳에 가서 청소를 하고 그 문화재에 대한 공부를 한다. 나아가 '한 가족 한 문화재 가꾸기' 운동을 벌여서, 지역민들이 주기적으로 문화재를 관리하게끔 하기도 하고 있다. 국제탈춤페스티벌과 같은 큰 행사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바탕에는 안동문화지킴이와 같은 조직들의 활발한 활동이 있었던 것이다.
안동에는 전통문화가 살아 숨쉬는 유교문화의 중심지라는 자부심을 가지는 사람들도 많은 반면에 경제적인 개발에 있어서는 다른 지역에 비해 떨어진다는 생각을가진 사람들도 많다. 경제개발이 활발한 곳에서 전통문화가 보존되는 것이 어려운 것을 봤을 때, 전통에 대해 자부심을 느끼면서 개발이 안 된다고 하는 것은 모순이다. 전통을 중시하는 도시의 발전 전략은 경제를 중심에 두는 것이 아니라 문화 그 자체를 중심에 두어야 할 것이다. 그렇게 해서 우선 문화적인 가치를 인정받으면 경제적인 것을 따라 올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생각해 볼 때, 국제탈춤페스티벌은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