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의 자연환경이 식문화에 끼친 영향

 문화라는 것은 사람들이 살아가기 위해 스스로 만들어낸 삶의 틀이라고 할 수 있다. 결국 사람들이 문화를 결정하는 주체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인간과 문화는 떼어 놓고 생각할 수 없다. 그래서 문화는 공동체에 의해 전승되는 과정에서 변화 발전하거나 쇠퇴 소멸하기도 한다. 공동체는 한 자연적 환경 속에 자리잡고 사회적으로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의 집단이다. 따라서 공동체가 어떤 자연환경에 자리잡고 있는가는 그 공동체가 가지는 문화의 성격이 정해지는데 큰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안동의 민속문화의 범위 매우 넓으며 유형도 상당히 다양해서 대표적인 민속문화를 중심으로 논의를 진행하고자 한다. 

 안동의 자연환경을 인식하는데 두 가지의 방식을 사용하고자 하는데, 하나는 타 지역과 대조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자체의 지리적 환경에 집중하는 것이다. 안동의환경을 규정하는 것은 태백과 소백이라는 두 개의 산맥과 낙동강이다. 낙동강 상류에 있는 태백과 봉화와는 다르게 안동에는 적절한 들과 유속이 빠르지 않은 물이 있다. 들이 넓으나 홍수가 잦은 김해, 부산과 비교해도 안동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조건에 있다. 산세가 그리 험하지 않아 물을 다루기도 어렵지 않거니와 폭도 너무 넓지 않아서 다리를 만들기도 수월한 편이다. 안동은 두 산맥의 지맥에 자리를 잡고 있어 그만그만한 야산들이 뒤로 펼쳐지는데 앞으로는 낙동강을 넓게 끼고 있어 전통사회의 부락을 이루기에 좋은 환경이다. 이런 환경과 함께 안동에서 마을이 발전하고 인물들을 많이 배출할 수 있었던 이유는 모내기를 활용한 논농사의 발달이다. 물을 통제하기 쉬운 중간 규모의 산이 많았기 때문에 보를 만들어 관개를 하고 모내기에 적절히 사용할 수 있었던 것이다. 게다가 이앙법은 이모작을 가능하게 하여 보리를 자급자족 할 수 있게 해주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안동의 식문화가 결정 되었는데, 중간산 비중이 높은 내륙지방인 탓에 일직, 임하, 길안에서는 조밥이나 보리밥을 많이 먹었다. 콩을 이용한 음식이 발달한 것도 안동지역의 특징이다. 콩나물은 물론 콩가루를 이용한 나물이나 국이 다양하다. 삶은 고사리나 냉이 등을 콩가루에 묻혀 쪄낸 찜이 있는가 하면 호박순이나 부추에 콩가루를 묻혀 익힌 다음 양념을 한 나물도 있고, 삶은 시래기에 콩가루를 묻혀 끓이는 국도 있다. 안동국시도 콩가루를 이용한 대표적인 음식이다. 전국적으로 안동국시가 하나의 상품이 될 수 있었던 데는 넉넉하게 섞어 넣는 콩가루가 큰 역할을 했다. 

 또한 해산물 공급이 적었기 때문에 젓갈, 건어물 등 오래 저장할수 있는 것만이 밥상에 오를 수 있었다. 그래서 생선의 경우도 간을 한 자반이 발달했는데, 대표적인것이 간고등어이다. 김과 젓갈과 고등어는 손님상에 빠지지 않고 오르는 해산물이다. 해산물 뿐만 아니라 김치도 짠맛이 강하다. 오죽하면 짠지라고 부르겠는가. 

 안동의 가장 독특한 음식으로는 안동식혜를 들 수 있는데, 이 것은 고춧가루와 엿기름 등 필요한 재료가 대부분 밭작물이기 때문에 발달할 수 있었다. 동해안의 어식해에서 구하기 어려운 생선을 빼고 물을 더 많이 잡아서 음료로 발전 시킨 것이 바로 안동식혜이다. 지리적으로 동해안과 이웃하면서 밭농사를 주로 하는 고장은 많지만 안동에서만 특별히 생산된 식문화라 특별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안동에는 밭작물로 만든 맵고 짠 음식만이 발달한 것은 아니다. 각종 의례와 제의가 많은 안동에서는 잔치음식이 발전했다. 여기서 발달한것이 묵, 안동식혜, 안동소주, 헛제사밥 같은 것들이다. 다른 지역에서는 감주만으로 해결되는 것이 안동에서는 식혜까지 필요했던 것이다. 손님 맞이가 잦은 반가에서는 맑게 빚은 술이 제격인데 여기에는 안동소주가 제격이었던 것이다. 제사 때만 먹을 수 있는 제삿밥이 너무먹고 싶어 제사를 지내지 않고도 먹기 위해 만든 것이 헛제사밥이다. 옛 어른들은 '제사 덕에 이밥'이라고 했었는데 제사음식이 얼마나 맛있는 지를 상징한다. 물산이 풍족하지 않은 고장에서 제삿밥을 구실로 비빔밤을 즐겼던 셈이다. 

 이상으로 안동의 자연지리적 환경이 어떻게 안동의 독특한 식문화를 만들어 내었는지를 알아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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