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팔경은 경상북도 안동 지역에서 아름답기로 유명한 여덟 곳의 경치를 일컫는 말이다. 이 여덟 곳의 장소는 각각 특별한 역사적, 문화적 의미를 함께 담고 있어 오랜 세월 동안 지역 주민들과 외부 방문객들 사이에서 사랑받아 왔다.
안동은 동쪽에는 태백산맥을 접하고 있고, 북으로는 소백산맥과 태백산맥이 갈라지는 곳에 자리잡고 있다. 그리고 태백시에서 시작된 낙동강은 일월산에서 시작한 반변천을 받아들여 서쪽으로 나아가다가 남쪽으로 흐른다. 따라서 안동에는 낙동강과 반변천 주위로 산들이 분포하는데, 그 산들에 의지하여 생긴 명승지가 많은데 그 대표적인 것들이 바로 안동팔경인 것이다. 안동팔경이라는 명명을 누가 했는지는 정확하지 않으나 대산 이상정선생이 지었다는 말이 전해진다.
제1경 선어모범
선어모범은 선어대의 저녁 돛단배를 의미한다. 선어모범의 선어대는 안동시 용상동과 송천동의 경계의 땅으로 반변천 가의 절벽을 포함한다. 선어대는 무협산의 바위가 절벽을 형성하는 곳을 가리키고, 그 낭떠러지 아래를 선어연이라 한다. 보통 이 둘을 묶어서 선어대라 한다. 옛 풍류객들은 그 푸르고 깊은 소에 노을이 아름다운 때를 골라 선유를 즐겼다. 윤슬의 눈부심이 환상을 보는 듯 했을 것이다. 그것이 선어모범이 안동팔경의 제1경에 든 이유다.
제2경 귀래조운
귀래조운이란 귀래정의 아침 구름을 의미한다. 귀래조운의 귀래정은 낙동강과 반변천이 만나는 곳에 세워진 정자로 영가대교 남단에 위치하고 있다. 귀래정에서 내려다 보면 여유롭게 흘러가는 낙동강이보이고 그 위로 안동 시가지가 길게 펼쳐져 있다. 귀래조운은 낙동강을 따라 농산물을 다른 지역으로 운반하던 모습을 배경으로 한다. 동이 트고 아기산에서 솟아오른 아침 해가 낙동강으로 빛을 내리쬐면 귀래정의 아침은 아름다워진다. 귀래정 담장 밖의 은행나무에 구름이 드리우면 그 아름다움은 더욱 커지게 된다. 이중환은 택리지에서 안동의 으뜸가는 정자 중 하나로 이 귀래정을 꼽았다. 오늘날 실제로 조운이 이루어지지는 않지만, 귀래정은 낙동강을 따라 펼쳐진 자연의 아름다움과 함께 역사적 배경을 떠올리게 하는 분위기를 가진 명소이다.
제3경 서악만종
서악만종은 서악사의 저녁 종소리를 말한다. 서악사는 안동 시가지 서쪽의 태화산 기슭에 있는 사찰이다. 이곳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안동시 전체가 한눈에 들어오는데 저녁에 울려 퍼지는 종소리와 이 경관이 어우려져 깊은 울림은 명소로 꼽히게 되었다. 사람들은 그 종소리에 자신도 모르게 합장을 하고 저녁놀을 바라보고는 했다. 서악만종은 안동의 전통적인 불교 문화와 자연경관이 어우러진 명소로, 고즈넉한 저녁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장소이다.
제4경 임청고탑
임청고탑은 임청각과 오래된 전탑을 의미한다. 임청각은 낙동강변에 위치한 99칸짜리 전통한옥으로, 석주 이상룡이 태어난 곳으로도 유명하다. 이곳의 군자정은 보물 제182호로 지정되어 있다. 여기서 우측을 바라보면 낙동강과 반변천의 물줄기가 합쳐지는 것이 보이는데, 넓은 배사장이 펼쳐지고 거기에는 백로나 청둥오리들이 노닐었다. 허주는 임청각 앞에 배를 띄워 유람하고 12폭의 그림을 남겼는데, 그 그림들을 보면 안동팔경으로 전혀 손색없음을 바로 알 수 있다. 임청고탑의 고탑은 국보 16호 법흥동칠층전탑를 가리킨다.
제5경 학가귀운
학가귀운은 학가산으로 몰려드는 구름을 의미한다. 학가산은 산세가 학이 날아가는 모습과 같다고 하여 이름 붙여진 안동의 진산이다. 학가산 정상인 국사봉에 올라 내려다보면 안동 전체가 눈 아래로 펼쳐진다. 더운 기류가 학가산의 차가운 공기와 부딪히면 구름을 만들어 하늘로 날려보내는데 그 모습이 흰 화염이 타오르는 듯 장관으로 나타난다. 이것이 학가귀운이 안동팔경에 들어간 이유다. 이 구름은 변화무쌍하면서도 자유로운 자연의 상징으로, 학과 함께 평화로운 모습을 형상화한다.
제6경 연미세우
연미세우는 제비원에 내리는 이슬비를 뜻한다. 연미세우에서 연미는 연미사라기보다는 제비원미륵불을 가리킨다. 이 미륵불은 자연석을 깎아 만든 거대한 석불로 천 년 넘게 그 자리를 지켰다. 세우는 봄철의 가랑비를 가리킨다. 가랑비가 촉촉히 내리면 돌이끼 속으로 빗물이 스며들어 제비원 미륵은 마침내 미소를 짓게 된다.
제7경 하회청풍
하회청풍은 하회마을의 맑은 바람을 말한다. 하회마을은 풍산류씨 600년 집성촌으로 한국의 대표적 동족 부락이다. 이곳은 바람이 일정한 방향에서 불어오고 일정한 방향으로 나간다. 여름에는 시원한 강바람이 하회마을 안으로 불어들어가는데, 만송정 솔품을 지나는 그 바람은 청량하기 그지 없었다. 남녀노소 이바람을 맞이하여 즐겼으므로 안동팔경의 자리를 떳떳이 차지했을 것이다.
제8경 도산명월
도산명월은 도산서원의 밝은 달을 말한다. 도산서원은 퇴계 이황이 제자들을 가르치던 곳으로 500년의 역사를 가지는 서원이다. 도산서원 뒤로 뜬 달은 낙동강에 반사되어 휘엉청 밝았을 것이다. 제자들은 이 밝은 달과 넓은 들을 보면서 꿈을 키웠으리라. 이렇게 서원도, 사람도, 달도, 낙동강도 안동팔경을 이루는 재료가 되었다.